[경향신문]죽은 새와 플라스틱 쓰레기 찍던 크리스 조던, 이번 사진전에서는 왜?

2025. 6. 17. 15:31알림/전시소식, 보도자료

_2025.05.12 20:36

 

환경 문제 ‘직접 고발’서 파타고니아 풍경까지

최근 작품 ‘황홀한 폐허’ 연작 통해 분위기 전환

“나쁜 소식보단 아름다움이 메시지 크다 생각”

미국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이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사진전 ‘더 글로리어스 월드’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구문화재단 제공

 

 흙바닥에 널브러진 새의 사체, 그가 품은 플라스틱 쓰레기들.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62)이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미드웨이’ 연작에서 만나는 광경이다.

 그 사진들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지난달 22일부터 열리고 있는 작가 4명의 사진전 ‘더 글로리어스 월드’를 찾는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 각종 폐기물들의 사진을 점묘화처럼 세계적 명화 형태로 구성한 ‘숫자를 따라서’ 연작도 전시돼 있지만, 전시 말미에 걸린 조던의 최근 작품 ‘황홀한 폐허’ 연작은 남미 칠레의 최남단 파타고니아의 고요한 바다를 담았을 뿐이다. 환경 파괴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던 작품들과는 거리가 멀다.

 

조던은 지난달 23일 기자와 만나 작품의 분위기가 바뀐 이유에 대해 “나쁜 소식보다는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보는 이들에게 더 영감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리스 조던의 2009년 작 ‘미드웨이’ 연작. 크리스 조던 홈페이지 갈무리

 

크리스 조던의 2023년 작 ‘Cormorants on an Abandoned Pier #9’. 중구문화재단 제공

 

크리스 조던의 2022년 작 ‘Full moon rising in Scorpio over the Strait of Magellan, Chile’. 중구문화재단 제공

 

크리스 조던의 2024년 작 ‘Industrial Artifact Water and Time #6 (Rain Shower)’. 중구문화재단 제공

 

미국 출신 사진작가 조던은 2009년 태평양의 미드웨이섬에서 찍은 ‘미드웨이’ 연작 등 환경 문제를 직접 고발하는 사진으로 이름을 알렸다. ‘숫자를 따라서’ 연작은 하루에 배출되는 만큼의 병뚜껑, 플라스틱 물병 등 폐기물로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을 표현한 패러디물이다. 또 다른 대표작인 2018년 영상 <알바트로스>는 미드웨이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죽어가는 새 알바트로스의 모습들을 담았다. 이 작품들은 2019년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조던의 개인전 등을 통해 국내에도 소개됐다.

환경 문제를 고발하는 영상 <알바트로스>를 만든 경험은 공교롭게도 조던의 생각에 변화를 줬다. “미드웨이섬에는 새들이 죽어가는 주검을 찍기 위해서 갔습니다. 처음엔 살아 있는 새는 머릿속에 없었어요. 그곳에서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는, 멋진 새들을 만났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됐죠.”

 
크리스 조던의 2011년 작 ‘환류 Ⅱ’(왼쪽). 가까이서 살펴보면 버려진 라이터들이 보인다. 윤승민 기자

 

 조던은 2020년 사진 촬영을 위해 칠레 파타고니아를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이 묶였지만 고요한 바다가 준 아름다움을 마주했다. ‘황홀한 폐허’ 연작은 카메라의 노출도와 노출 시간 등을 달리하며 가까운 마젤란 해협 등 바다와 그곳을 오가는 새들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조던은 지금도 파타고니아에 살고 있다.

 조던은 “나는 스스로를 환경운동가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며 “환경운동가들은 환경 문제의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예술가는 환경 문제를 보면서 ‘무엇을 느끼는지’를 묻게 만든다”고 했다. 조던은 “(관객들에게) 당장 비닐봉지를 이용하지 말라든지, ‘무엇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싶지는 않다”며 “(환경 문제에 대한) 슬픔이나 공포, 분노 등 여러 감정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감정을 느끼면 내면의 자아와도 만나게 되고, 그러면 전 지구적인 문제를 위해 자연스럽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된다”고도 했다.

미국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이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사진전 ‘더 글로리어스 월드’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구문화재단 제공

 

 이번 전시는 서울 중구문화재단이 지난해부터 기획한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두번째 전시다. 조던 외에 라그나르 악셀손(아이슬란드), 마르코 가이오티(이탈리아), 닉 하네스(벨기에) 등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이 총 110여점 전시돼 있다. 악셀손은 아이슬란드와 시베리아, 그린란드 등 극지방의 자연과 그곳의 사람들을, 가이오티는 오염되지 않은 열대의 동물들을 주로 촬영했다. 하네스는 현대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주로 다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볼 수 있는 현대 문명의 양면성을 사진에 담았다.

 각 작가들의 작품은 색이 다른 벽에 걸려 구분돼 있지만, 조던은 “전시가 파워풀한 하나의 시처럼 느껴진다”며 “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둘러본다면 하나의 여정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8월24일까지. 관람료는 1만6000원.

 

윤승민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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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와 플라스틱 쓰레기 찍던 크리스 조던, 이번 사진전에서는 왜?

흙바닥에 널브러진 새의 사체, 그가 품은 플라스틱 쓰레기들.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62)이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미드웨이’ 연작에서 만나는 광경이다. 그 사진들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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